우리는 살면서 다수의 변화를 마주하고 받아들인다. 결혼, 출산, 이사, 신기술, 새로운 업무 등등. 반면 수많은 변화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해 포기하고 후회하길 반복하기도 한다. 애연가들은 계속 흡연을 하고, 아이들은 날로 살이 찌며, 남편들은 셔츠를 벗은 후 빨래 바구니에 집어넣을 줄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말하는데 있어 ‘비즈니스’와 ‘일상’이 구분되어야 할까? 흔히 말하는 경영인들을 위한 ‘변화 경영’이나, 개인들을 위한 ‘자기 계발’, 사회 운동가들을 위한 ‘세상 변화’가 과연 다른 종류의 변화일까? ‘스위치’는 기존에 모두 다른 ‘변화’들로 분류되어 온 이것들이 결국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라는 동일한 임무로 요약된다는데 그 논의의 출발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이슈에 대해 지난 연구들은 아직 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신이 원하는 바를 세상 사람들도 언제나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바꾸고 싶지만, 결정권은 그들에게 있다. 당신은 부추기고 영향을 미치고 고무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어떤 직원은 자신의 익숙한 일상에서 달라지느니 차라리 퇴사를 고려할 수도 있고, 도박 중독자는 수많은 만류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를 원할 수도 있다. ‘스위치’ 는 이 수많은 변화들 중에서 ‘성공적 변화’가 갖는 공통의 패턴을 소개한다.

1.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라(Direct the Rider)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두뇌가 두 개의 시스템으로 가동된다고 설명한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감성적인 측면이라 부르는 것으로, 본능에 치우치며 고통과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성적 측면으로, 숙고 시스템 혹은 의식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는 심사숙고하고 분석하며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우리의 머릿속에 “채찍과 회초리에도 좀처럼 굴하지 않는” 통제불능의 말을 고삐로 제어해야 하는 이성적 마부가 존재한다고 묘사했다.

버지니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헤이트는 이를 코끼리-기수에 비유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행복가설>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감성적인 측면이 코끼리라면 우리의 이성적인 측면은 거기 올라탄 기수인 셈이다.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가 고삐를 쥐고 있기 때문에 리더로 보인다. 그러나 기수의 통제력은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수가 코끼리에 비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진행 방향과 관련해 코끼리와 기수가 의견이 불일치할 때면 언제나 코끼리가 이긴다. 기수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수와 코끼리는 어떻게 하나의 목표에 뜻을 같이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성공적 변화가 되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기수에게 얼마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였는가에 있다. 기수는 사색가이자 분석가이며 매사에 시간을 끄는 굼벵이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 기수는 코끼리를 이끌고 제자리를 맴돈다. 즉,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 않아 변화를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의 교수이자 보건 연구원인 스티브와 빌은 사람들이 더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도록 설득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불행히도 그저 ‘더 건강한 식생활 영위’라는 목표 제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행동의 변화도 불러오지 못했다. ‘더 건강한 식생활’의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다. 사람들은 고기는 덜먹고 곡물을 많이 먹으란 의미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모른다. 비타민을 복용하라는 것인지, 운동량을 늘리는 대신 아이스크림으로 자신을 위로해도 되는지 모른다. 칼로리가 문제인지 인공감미료가 더 중대한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다.

두 연구원은 브레인스토밍을 거듭하여 하나의 답을 찾아냈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우유를 마시고 있고, 모두 우유가 칼슘의 보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유는 동시에 미국인 식생활에서 포화지방의 가장 큰 원천이었다. 실제로 일반 우유 한잔에는 베이컨 다섯 줄과 동일한 양의 포화지방이 들어 있다. 두 연구원은 그들의 기수에게 일러줄 ‘지방 1% 우유를 마시라’는 명확한 방향을 찾아낸 것이다. 이 1퍼센트 우유 캠페인의 효과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캠페인 전 저지방 우유의 시장점유율은 18%였는데, 캠페인 직후 41%로 뛰었고, 6개월 후에도 35% 수준을 유지했다.

2.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라(Motivate the elephant)
 변화란 장시간의 레이스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꾸준히 유지되지 않으면 끝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위에서 말한 우리의 코끼리는 바로 이런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코끼리는 게으르고 변덕스러운데다가 종종 장기적인 이득보다는 단기적 이득에 매달린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먼 미래의 날씬한 몸매 대신 현재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 노력이 실패하는 경우 대부분은 바로 코끼리의 잘못이다. 왜 기수는 코끼리를 목적지에 도달할 만큼 길게 몰고 가지 못하는가?

성공적 변화의 두 번째 도전과 해답은 바로 강력한 동기부여에 있다. 사람들이 뭔가에 변화를 의도한다는 것은 자동화 되어있는 행동방식을 바꾼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기수의 주의 깊은 감독을 필요로 한다. 원하는 변화가 크면 클수록 더 지속적이고 강력한 감독이 이루어질 것이며 더 큰 자제력을 소모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의 자제력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충동을 억제하고 좌절과 실패 앞에서 인내를 잃지 않기 위한 정신 근육이기도 하다. 결국 사람들이 원래 게으르고 저항하는 경향이 있어 변화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그저 탈진해버려 변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코끼리를 지치지 않게 할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세차장의 고객관리 예를 살펴보자. 한 세차장에서 손님들에게 세차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고 일정 횟수에서 무료세차를 해주기로 했다. 단 고객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첫번째 그룹은 8개 빈 칸을 그려주었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열 개의 칸을 그려주되 처음에 나눠 줄 때 이미 두 칸에 도장이 찍혀 있었다.  즉 고객들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8번의 세차로 동일했다. 몇 개월 후, 결과는 첫번째 그룹의 목표 달성 고객은 19%에 불과한 반면, 두번째 그룹은 34%가 무료 세차권을 획득했다. 이렇게 행동 변화 목표의 객관적인 수치는 같았으나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낸 상황은 심리적 동기부여의 차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번째 고객들이 자신들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을 느꼈다면, 두 번째 고객들은 목표의 20%가 이미 달성된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몇 일이든, 몇 개월이든, 또는 더 긴 시간이 되더라도 사람들이 의도한 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한가지 분명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목표지점에 더 가까워져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거의 언제나 “기준을 높이라”고 외친다. 하지만 꿈쩍하지 않는 코끼리를 움직이려고 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조언이다. 오히려 기준선을 낮춰야 한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도록 해줘야 한다. 또한 기업은 앞으로 이뤄내야 하는 새로운 변화 자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미 이룬 것, 이미 극복한 장애물들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3. 지도를 구체화하라(Shape the path)
2000년 어느 토요일, 한 영화관에서 영화 관람객에게 각자 공짜 음료수 한 병과 팝콘 한 통이 제공되었다. 단 그 팝콘은 5일 전에 튀긴 눅눅하고 맛없는 것이었으며, 관객 중 일부는 중형용기에 담긴 것을, 또 일부는 훨씬 큰 대형용기에 담긴 것을 받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관객에게서 관찰하고자 한 연구원들의 의문은 하나였다. “더 큰 통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먹게 될까?” 이 실험에서 중형 역시 혼자 다 먹기에는 충분히 큰 크기였기에 어느 누구도 다 먹은 사람은 없었으나, 대형용기를 받은 사람들이 중형용기를 받은 사람들보다 53%나 더 많은 팝콘을 먹었다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결국 맛 때문도,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허기짐 때문도 아닌 ‘더 큰 그릇= 더 많은 섭취’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만약 이런 연구를 통의 크기 개념을 빼고 분석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구자는 ‘어떤 사람은 합리적으로 먹고 어떤 사람은 폭식을 하는군’이란 결론을 얻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용기의 크기를 줄여 식습관을 개선하면 되는데, 폭식증을 고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머리를 싸매고 궁리해야 할 지 모른다.
 
 성공적 변화의 세 번째 도전은 바로 이것이다. 종종 개인의 문제로 보이는 것이 실상은 상황의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그 상황을 구체화 하면 답이 보일 것이다.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병원의 성공적 변화를 살펴보자. 그곳 간호사들은 하루 800개에 달하는 약품을 관리, 투여한다. 간호사들은 이런 업무에서 ‘정확히 수행해야 하는 것’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 또한 간호사들은 투약 업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에 감정적 반발도없었다. 그런데 통계 결과가 보여주는 간호사 투약 업무의 현실은 그들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그들은 1000번에 한번 꼴로 투약 실수를 저지르는데 한 해로 따지면 약 250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기수도 코끼리도 문제가 아니라면 문제는 바로 집중방해라는 환경 그 자체인 것이다. 간호사가 약품을 전달하러 가는 길인데 누군가 부른다. 실수를 줄이려면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지금 도와드릴 수 없다고 말해야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한 직원이 바로 이 상황을 짚어내고 그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그는 투약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로 하여금 오렌지 색의 일명 ‘조끼’를 입도록 하고 이 조끼를 입은 사람은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6개월의 시험기간 후 결과는 놀라웠다. 투약실수가 무려 47%나 감소한 것이다. 변화의 문제는 종종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변화를 둘러싼 상황과 환경을 구체화하고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면 성공적 변화를 향해 한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스위치’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변화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떤 크고 작은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3가지 법칙을 활용해보자. 변화가 손에 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