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을 느낀 김허약씨. 오늘 처리해야 하는 일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늠해본 뒤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해 오늘 근무 형태를 ‘재택근무’로 설정한 후 팀원들과 팀장님께 기안을 상신한다. 오늘은 몸조리를 좀 하면서 집에서 일 처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프랑스로 출장을 가는 나바빠 대표는 일정 중에 ‘오후 1시: 글로벌 전략 미팅’이 잡혀 있는 것을 보았다. 1시면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인데다 해당 미팅의 참석자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걸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일정이 잘못된 것 같았다. 그런데 비서를 불러 확인하자 비서는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다자간 통화로 미팅이 진행될 것이고 관련 자료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전송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한 특정 기업의 사례일까? 놀랍게도 김허약씨와 나바빠 대표의 일하는 방식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기업의 업무 형태인 ‘스마트 워킹(Smart Working)’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 워킹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스마트 워킹은 최근 그 발달 속도를 더욱 빨리 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보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최근 그 사용자가 700만 명을 넘어선 스마트폰을 활용해 회사 밖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모두 스마트 워킹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워킹의 유형에는 3가지가 있다고 본다. 김허약씨의 사례처럼 집에서 회사의 인트라넷에 접속해 업무를 진행하는 ‘재택근무’가 있고, 스마트폰이나 관련 기기를 활용해 현장에서 바로 업무를 처리하는 ‘이동근무’가 있다. 나바빠 대표의 사례는 이동근무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격근무’ 유형이 있는데, 이것은 자택 인근의 원격 사무실(스마트 워킹 센터, Smart Working Center)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 곳에는 업무에 필요한 모든 부대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회사와 큰 차이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에게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원격근무’ 유형으로, 대부분의 스마트 워킹이라 함은 이 원격근무를 칭할 때가 많다. 기업 차원에서 봤을 때 원격근무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직원이라 하더라도 관리를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데에 장점이 있으며, 직원의 입장에서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사무실과 같은 환경 조건으로 몰입해서 일할 수 있다는 데에 그 좋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는 이미 전체 사업체 중 49%가 원격근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원격근무자 비율이 높고, 직원이 500명 이상인 기업의 경우 91%가 원격근무를 택하고 있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도 2010년 ‘원격근무 인구 2배 증가를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7월 ‘스마트 워킹 장려 정책’을 발표한 정부는 이를 시행하기 위해 대도시 주변에 방치된 공공기관 등 시설을 활용해 영상회의 및 첨단 원격 업무가 가능하도록 한 ‘스마트 워킹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또한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네트워크 용량을 대폭 확충하고, 인프라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을 통해 정부는 전체 공무원의 30%, 나아가 2015년에는 전체 노동 인구의 30%를 스마트 워킹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스마트 워킹이 인기를 끌게 된 배경
그러면 스마트 워킹 붐이 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폰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적•공간적 자유를 더 주었다. 전처럼 꼭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아도 업무를 보는 데 무리가 없고, 그렇게 하기 위한 비용 또한 많이 들지 않으니 굳이 회사에 나갈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업과 삶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 또한 스마트 워킹 흐름을 가속화 시키는 데 일조했다. 더 이상 한 직장에서 평생을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어 졌고, 그만큼 삶에서 직장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낮아졌다. 회사의 발전보다 자신의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회사의 정해진 업무 방식과 시간에 불만을 갖고 대안, 즉 스마트 워킹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워킹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에는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 또한 ‘관리를 위한 통제’보다는 ‘효율을 위한 자율’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업들은 지금의 노동자, 즉 창조적 업무를 주로 하는 직장인의 경우 본인에게 ‘자율성’이 보장될 때 그들의 생산성과 만족도, 융통성이 극대화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벌이나 보상으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안 기업들은 구성원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스마트 워킹을 선택하고 있다.

스마트 워킹의 실질적인 혜택은?
실제로 스마트 워킹을 실시함에 따라 기업과 정부가 보는 이득은 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이 하루 업무시간 중 전화를 받고 이메일을 읽는 데만 드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총 2시간, 업무시간의 28%나 된다. 계속되는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입는 업무 손실이 미국에서만 한 해 약 5억 8,8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스마트 워킹을 하게 되면 다양한 잡무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함으로써 낭비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출퇴근에 낭비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서울 시민이 하루 평균 출퇴근에 들이는 시간은 1시간 35분.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 시간에 모자란 잠을 채우거나 DMB나 스마트폰, 책이나 신문 등을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낸다. 직장인으로서의 인생 중 1/20을 길거리에 버리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발표한 스마트 워킹 장려 정책이 잘 이행되기만 한다면, 원격 근무 하루 당 평균 약 90여분의 출퇴근 시간이 절감되는 데다 교통비용 또한 1조 6천억 원이나 줄어든다고 하니 귀한 시간과 비용을 더 값진 곳에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세계 차원에서도 스마트 워킹이 주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자동차로 통근하는 직장인들이 매년 생산해내는 이산화탄소는 1.7톤에 이른다. 오스트리아에서 발간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1,000만 명의 직장인이 매주 하루나 이틀 재택근무를 할 경우 매년 1,1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860만 명이 원격근무 시스템에만 동참해도 연간 111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

스마트 워킹의 한계
이렇게 좋아 보이는 스마트 워킹, 하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하는 기업은 아직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워킹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망 등의 인프라 구축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잖이 부담이 된다는 이유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소통 측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든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줄어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점점 더 개인화 된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소속감은 그만큼 사라질 것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항상 이메일이나 전화와 같은 어떤 매개체를 통해 하게 되므로 그만큼 오해가 생길 여지 또한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스마트 워킹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 내 성공적인 스마트 워킹 도입을 위한 방법 1. 도입 전 충분한 고민과 준비 스마트 워킹이 무척 좋아 보이지만 모든 업무에 다 적합하지는 않다. 스마트 워킹에 적합한 직군은 개인 업무가 많거나, 자유롭고 창의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업무, 또는 특정 외부 고객사와 접촉할 일이 많은 업무에 있는 사람 등일 것이다. IT 업계 같은 경우 스마트 워킹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 현재 삼성 SDS를 비롯 LG CNS, SK C&C 등이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일관된 채널과 메시지로 고객에게 대응하는 일을 한다든지, 실시간 변화가 매우 빠른 조직이거나 협업의 강도가 높은 조직의 경우 이러한 스마트 워킹이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사내에서는 동료에게 바로 전화로 자료를 요청해 받고, 급한 경우 찾아가면 됐던 일들이 그 사람과 연결이 되지 않아 급한 자료임에도 몇 시간씩 걸리는 일이 초래된다면 그 기업은 스마트 워킹으로 인한 피해만 입게 될 것이다. 2010년 9월부터 스마트 워킹 시스템을 시작한 KT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육아여성과 연구개발(R&D), 지원업무에 있는 직원들, 즉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개인 업무가 가능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스마트 워킹 지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워킹을 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보안 체계나 의사소통 기술이 마련되어 있는지도 충분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게 되는 스마트 워킹 시스템은 자칫 기업의 중요한 내부 정보가 유출되기 쉬운 곳이기 때문에 보안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야 할 것이며, 원격근무에 있는 사람과도 최대한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2. 내•외부 직원 모두에게 효과적인 스마트 워킹 센터 구축 네덜란드에서 민관합작으로 스마트 워킹 센터를 운영하는 더블유 컨소시엄(Double U Consortium)의 아네마리 판도른(Annemarie Pandorn)의장은 ‘전 국민이 자전거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스마트 워킹 센터를 짓는 것’을 그들의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원격근무 시 직장인들이 출근하게 되는 스마트 워킹 센터는 무엇보다도 집에서 가까운 것을 제 1 목표로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최대한 같은 환경을 조성해 업무 진행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더블유 컨소시엄의 스마트 워킹 센터에는 전화와 인터넷 등의 통신 설비는 기본이고 복사기, 팩스, 문서파쇄기 등의 기본적 사무기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센터 안에는 화상회의실, 발표장과 같이 다양한 사무실 형태가 준비되어 있어 미리 이야기 해 원하는 사무실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가 부대시설로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분당에 스마트 워킹 센터를 둔 KT의 경우 올해 말까지 광화문, 관악, 안양, 부천 등 총 9개의 스마트 워킹 센터를 더 신축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 스마트 워킹 센터에는 고해상도 화상회의실은 물론이고 타인과 구분되어 조용히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콰이어트룸 등을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부 직원에 대한 배려다. 누군가 외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내부에 있는 대부분의 동료들이 더 힘들어 질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워킹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내부 근무자를 위한 스마트 워킹 시스템 또한 필수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사내에 ‘커넥티드 워크포스(Connected Workforce)’를 만들었다. 이것은 SK텔레콤의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업무 영역을 연결해 효율성을 극대화 한 것이다. 지난 해 5월 처음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인트라넷이 갖춘 기능에 영업전산과 문서관리시스템, 결재상신 기능 등을 더했고, 현재는 업무 분야별로 자체적 기능을 추가하거나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 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의 경우 누군가 스마트 워킹 센터에서 일을 하더라도 이 커넥티드 워크포스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의사소통 및 내부 업무 처리가 가능해 내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 워킹은 그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아무런 문제점도 없어 보인다. 눈치 주는 상사도 없겠다, 징징대는 부하 직원도 없겠다, 집이나 집 앞의 쾌적한 환경에서 방해 받지 않고 내가 집중될 때 일을 할 수 있다니, 파라다이스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관점에서다. 회사는 ‘조직’이다. 따라서 스마트 워킹은 기본적으로 내가 언제, 어디에서 일을 하든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자기 관점에서만 일을 처리한다면 그 사람의 생산성은 올라가도 오히려 전체 생산성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프라의 구축이나 컴퓨터 기기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마트 워킹을 기업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싶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배려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