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식 사업 마인드 고객중심 현장 경영 전략 공기업 업그레이드 지휘
"고객을 섬기고 돈 되는 일에 집중해라." 비효율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공기업들이 민간기업 뺨치는 이노베이션(혁신)을 통해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한국경제의 '대들보'로 거듭나고 있다. 민간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전 LG전자 부회장)과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전 대우인터내셔널 대표),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과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이들은 이런 공기업들의 업그레이드를 주도하는 '혁신 리더'들이다. 기업인이나 관료로서 체득한 사업 마인드와 경영 노하우, 고객중심의 현장경영 전략으로 공기업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 사진 왼쪽부터 세계 각지를 돌며 현장 경영을 하는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공기업 혁신의 전도사로 나선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석유 메이저로 도약을 꿈꾸는 강 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 한국 원전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해외 자원 개발에 본격 뛰어든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공기업 혁신의 전도사, 김쌍수 사장
김쌍수 한전 사장은 요즘 '공기업 혁신 전도사'로 불린다. 그가 시작한 조직 슬림화와 인사혁신 바람이 전(全) 공기업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대대적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 조직은 21%, 지방사업소는 48%를 줄였다. 또 불필요한 보고서와 물류비용을 줄여 작년 한 해 1조4000억원의 비용을 아꼈다.
그가 자주 꺼내는 비유는 '가젤과 사자론'이다. "아프리카 가젤은 사자보다 늦게 달리면 잡아먹히고 사자는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 가젤이건 사자건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질주해야 한다."
김 사장은 세계 10위 수준인 한전을 글로벌 톱 전력회사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그는 민간기업 CEO 출신답게 중복된 회의나 불필요한 자료, 비효율적 업무처리를 극도로 싫어한다. "부가가치가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게 제1의 경영원칙이다. 또 "리스크를 피해서 보통 성과를 내는 95점짜리 인력은 필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민간 기업에서 쌓은 노하우와 열정을 한전에 쏟아부어 '고객중심 일등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간 노하우로 석유메이저 꿈꾸는 강영원 사장
- ▲ 한국석유공사 제공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회사를 세계 30위권의 대형 메이저로 키우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취임 후 22개국의 유망 유전광구를 방문했고, 9600억원의 정부 예산을 따내 덩치(자본금)를 키웠다.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하느라 '워커홀릭'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강 사장은 국내 최초로 해외석유기업인 페루의 페트로테크사를 인수했고 최초로 해외에서 4억7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가 짧은 기간에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33년간 종합상사의 무역전문가로 일하면서 체득한 해외자원개발 및 경영 노하우 덕분.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에서 미얀마 가스전 탐사를 총지휘했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대우인터내셔널을 정상화시켰다. 강 사장은 성과중심주의를 도입, 민간기업 수준 이상의 연봉제를 실시하고 비(非)자원개발부문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강 사장은 "해외 출장 중에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일을 처리하는 '유비쿼터스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하는 원전 전문가 김종신 사장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핵심기술 자립화를 통해 원전의 세계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에 한전에 입사, 35년간 원전 건설·운영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해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발전소 건설 때는 6년간 현장을 지휘했다.
그는 원전 건설과 해외 진출에 드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조직부터 혁신했다. 관리·지원 등 비핵심업무는 최소화하거나 아웃소싱해 조직을 30% 이상 줄였다. 직위와 직급을 분리, 연공서열 문화도 없앴다. 올해 투자는 4조6600억원으로 작년보다 1조3000억원(41%) 늘렸다.
김 사장은 국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6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1000조원 규모로 커질 해외 원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원전설계 핵심코드 등 3대 기술을 2012년까지 독자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원전 산업이 발전하려면 지역주민과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역공존형 원전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장경영의 달인 김신종 사장
김 사장은 작년 7월 취임 이후 세계 일주 '현장경영'을 하고 있다. 이달 9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수행한 후 곧바로 1주일간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 광산 투자를 협의했다. 취임 후 10번째 해외 출장이자 18개국째 방문이었다.
방문 지역이 주로 아프리카와 남미의 오지라 말라리아·황열병 주사를 맞고 비포장도로와 고산지역을 오르내렸다. 산업자원부 관료 출신이지만 "기업을 하려면 벤처기업가처럼 뛰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는 아프리카와 남미, 우라늄과 동 광산을 집중 공략, 니제르에서 국내 수요량의 10%에 해당하는 우라늄 판매권을 따냈고 호주에서는 우라늄·동 광산을 확보했다.
김 사장은 혁신을 통해 민간기업 지원을 넘어 직접적인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올해 안에 10억달러대 자원개발 메이저 업체를 인수해 세계 20위권 자원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자원 개발 주도 주강수 사장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가스도입·관리 중심의 사업·조직 구조를 해외자원 개발 위주로 바꿨다. "핵심사업에 힘을 집중,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업무스피드는 높이자"는 게 지론이다.
가스 자주개발률을 2017년 25%까지 높여 글로벌 가스회사로 발돋움한다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러시아 가스전을 개발해 연간 750만t을 국내에 도입하고 중동과 동남아, 아프리카, 호주 등의 가스전 개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에는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동해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상용화하고 2040년에는 북극의 가스전을 개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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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규 기자 vegaa@chosun.com
작성일 : 09-06-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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