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와도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기업에 위기는 항상 닥친다. 위기에 강한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IT솔루션 시장의 선두주자인 오라클. 5년 전 DB 관리 중심의 평범한 IT 기업에서 지금의 오라클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350억 원의 과감한 투자였다. 찰스 필립스 오라클 사장은 경영진의 과감한 투자와 M&A로 플랫폼과 응용장치를 포괄하는 종합 IT솔루션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투자는 고객의 니즈와 부합돼야만 파워를 가진다. 고객은 날로 복잡해지는 IT 시스템을 최대한 간단하게 이용하기를 원했고 그것을 포착한 오라클은 ‘용감한’ 투자로 종합 IT 솔루션 회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 선택은 옳았고 오라클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09년 10월 26일 일본 제국호텔 2층 컨퍼런스 홀. 3M의 CEO 조지 버클러, 오라클 CEO 찰스 필립스, 닛산의 카를로스 곤 등 글로벌 기업의 유명 CEO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여기서 이틀간 진행된 ‘닛케이 세계경영자 회의’에서 강연하기 위해서다.‘닛케이 세계경영자 회의’는 일본경제신문과 IMD(스위스의 비즈니스 스쿨) 주최로 매년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 CEO를 초청해 경영전략을 공유하는 글로벌 포럼이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이번 포럼에서는 3M, 오라클, 닛산, 패스트리테일링(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운영), 레고 등 글로벌 기업 CEO 약 20여 명이 모여 ‘세계 경제 위기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전세계를 뒤흔든 경제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지금이 냉정히 위기를 돌아 볼 시기이다. 그래야만 또 다시 위기가 올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도로 기획된 이번 포럼에 모인 경영자들은 과연 어떤 위기 탈출 해법을 제시했을까?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위기를 이겨낸 기업은 위기가 와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포럼에서 강연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기가 와도 투자를 줄이지 말 것을 강조했다.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도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주목했다. 지금 자동차 업계의 대세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지만 곤 회장은 한 걸음 더 나가 전기자동차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온실 가스 배출이 산업 전반의 목표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 전기자동차를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엔고의 영향으로 2009년 닛산의 실적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없지만 미래를 위해 신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우물안 개구리는 그만! 세계로 나가라
이번 포럼의 기조 연설을 맡은 CEO는 패스트리테일링사의 야나이 타다시(柳井正) 사장. 패스트리테일링은 불황 속에서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의류 전문 매장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 5년간 매출 80% 성장, 매장 수 3배 확대를 성공시킨 야나이 사장은 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예전에는 일본인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해도 성장 기회는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과거 일본의 버블 경제기의 향수를 느끼며 안주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이래서는 일본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야나이 사장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내수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 진행하고 있고 해외에서 유니클로 매장을 순조롭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2020년에는 그룹 매출 5조 엔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케다약품공업의 하세가와 야스치카(長谷川閑史)사장 역시 기업은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일본이 세계에서 어필한 것은 정치력도 아니고 군사력도 아니었고 오직 경제력뿐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글로벌 시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3M의 조지 버클리 사장은 좀 더 다른 관점에서 글로벌화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몇 년 간 글로벌화에 의해 기존 시장이 붕괴했다며 시장을 지배하는 선두기업이라도 기존 방식대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속한 기술혁신 및 원가 절감, 제품의 차별화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M 역시 1902년 창업 이후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혁신 때문이었다. 100년 간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3M만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 동안 축적해 온 기술을 통합하는 능력이 3M의 비결이었다. 그는 치과 의료 부문에서 쌓아온 재료 배합 기술을 자동차 수리 분야에 활용한 예를 들며, 기본적인 기술을 다른 부문에 살리는 기술 혁신을 통해 하나의 기술로만 경쟁하고 있는 기업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위기에는 직원부터 먼저 챙겨야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의 카가미 도시오(加賀見俊夫) 회장은 높아진직원 만족도에서 도쿄 디즈니랜드의 성공 이유를 찾았다. 테마파크의 성공 여부는 재방문률에 의해 결정되는데 직원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 고객 만족 서비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재방문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카가미 회장은 위기라고 해서 직원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다며 기존과 동일한 교육, 복지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맺어 지난해 도쿄 디즈니랜드를 다녀간 관광객은 총 2722만 1000명에 달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나약한 경영자는 가라! 공격적 경영이 답이다
이번 포럼에 선 경영자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비적인 자세보다는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포럼에서 강연한 20여 명의 CEO들의 대부분은 비용절감이나 구조조정이라는 소극적인 대처보다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 경영 혁신, 글로벌 시장의 개척 등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했다. 또한 이들은 위기 때만 적극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불황이든 호황이든 상관없이 항상 미래를 내다보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앞으로도 위기는 계속 찾아올 것이다. 그 때마다 언제 불황이 끝날까 불안해 하며, 비용절감, 정리 해고라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위기에 대응할 것인가? 이번 금융위기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적극적인 위기 돌파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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