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3.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향상: 뭘로 차별화 하지?
▶ 해결법? ‘+α로 승부한다’
많은 경영자들이 아직도 제품이면 제품, 서비스면 서비스, 즉 본질 자체에만 충실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점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끝나던 과거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금은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 전•후 과정 모두를 포괄하는 소비자의 ‘통합적 감성 경험(Total Emotional Experience)’이 중요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Megastudy)는 고객 경험 관리가 기업의 성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보여준다. 2000년 설립되어 불과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고 시장의 62%를 잠식한 메가스터디. 경쟁사들은 메가스터디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주저하지 않고 ‘우수 강사진’을 꼽는다. 실제로 메가스터디에는 로즈 리, 김기훈과 같은, 수험생들은 이름만 들으면 모두 알 스타 강사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강사진이 훌륭하다 보니 컨텐츠의 인증은 따로 필요하지도 않다. 우수한 강사와 컨텐츠, 입시 교육업체의 경쟁력으로 이것 외에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그러나 메가스터디의 창업자이자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는 손주은 대표는 메가스터디가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른 학원에 비해 보다 더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한 것’을 꼽는다. 실제로 수험생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치열한 입시 시장에서 공부 하나만 잘 해서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별 입시 정보에 따른 치밀한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고, 배운 내용을 수학능력시험에 맞춰 다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가스터디는 이 모든 것을 각 수험생들의 입맛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 분기별 대학 배치표는 물론이거니와 수험생의 진도 체크 및 복습 확인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꼼꼼하게 수험생 한 명, 한 명을 챙긴 결과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방문해 보면 각종 사교육 업체에서 모두 배치표를 발간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학교가 메가스터디의 것만 남겨놓는 경우가 많고, 다른 곳으로 학원을 옮겼다가도 곧 메가스터디의 맞춤형 서비스가 그리워 돌아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메가스터디는 이렇게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우선 메가스터디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경험을 분석•확장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즉 수험생의 공부하는 습관을 관찰한 것이다. 학습자는 온라인에서 공부를 하기 전 우선 자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파악해, 어떤 강의를 들을지를 결정한다. 이후 실제 학습을 진행하고 나면 그것을 잘 소화했는지 확인하고, 간혹 예습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메가스터디는 이를 활용해 그들의 인터넷 강의 서비스를 확장했다(그림 1). 단순히 수험생이 수업만 듣고 만다고 생각한다면 인터넷 강의 제공으로 메가스터디와의 관계는 끝나겠지만, 메가스터디는 부대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수험생과의 관계를 확장하고 그로 인한 추가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사전 개인별 수준 파악을 통해 맞춤형 학습지도안을 제공하고 그것을 토대로 강의 수강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가 하면, 강의가 끝난 후에는 입시와 관련된 각종 커뮤니티를 구성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게 함은 물론 친구들과의 유대도 조성하게끔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가스터디의 온라인 교육 시장 내 입지는 날로 탄탄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럼 경쟁사들은 왜 이렇게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경쟁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안하고 싶어서 안 하겠냐는 것이다. 선두업체로서 메가스터디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단순히 쫓아가기도 벅차다는 것이 경쟁사들의 변이다.
그러나 메가스터디가 하는 이 서비스들이 모두 다 여유 있는 자만의 특권은 아니다. 메가스터디는 다양하고도 학생 개인별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낱낱이 분석, 기업 속에 ‘숨은 자산(Hidden Asset)’을 발굴했다(그림 2). 분명 메가스터디가 경쟁사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경쟁사가 가지지 못한 자신들의 강점에 집중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이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메가스터디는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기 전 인터넷 강의가 가진 큰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온라인 교육은 지루해서 집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하던 메가스터디는 스튜디오에서 정제된 화면을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의 틀을 깨고, 강의 현장 화면 그대로를 촬영해 전달하는 새로운 온라인 교육 기법을 시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생들은 화면에 비친 선생님과 학생들의 교감에 함께 웃고 대답했다. 특히 이 기법의 좋은 점은 메가스터디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화 하는데 추가적 비용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숨은 자원은 또 있었다. 메가스터디에 대거 포진해 있는 스타강사들과 다년간 축적된 수험생들의 데이터였다. 잔뼈 굵은 스타강사들의 입시 노하우와 실제 수험생들의 대학 입시 결과를 잘 모으기만 해도 메가스터디는 공신력 있는 대학 입학 정보를 내 놓을 수 있었다. 다른 경쟁사들은 대학 입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년 거대 비용을 투자해 설문조사와 데이터 집계를 실시하는 가운데, 메가스터디는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모든 학생들이 신뢰하는 입시 정보를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에게 +α라는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메가스터디도 치열한 고민과 토론 끝에 기업 속에 잠든 자원을 간신히 찾아낼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핵심 경쟁 요소들을 뽑아 우리 기업과 경쟁사들의 전략 캔버스를 그리자. 그리고 강점은 더 키우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고객에게 +α 되는 것이 우리 기업에게도 +α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민 4. 해외 시장 개척: 시장 좀 넓혀볼까?
▶ 해결법? ‘시장을 넓게 정의한다’
사실 CEO 3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고민은 전체의 2.6%의 비중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4위라고는 하지만 매우 작은 비중이다. 그러나 같은 조사를 벤처•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더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500대 중소기업의 CEO들은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하고 싶지만 어려움을 겪는 분야’를 묻자 ‘해외시장 개척’을 1위로 들었기 때문이다(그림 3).
실제로 이미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국내에서 벤처나 중소기업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시장의 틈새란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벤처기업이나, 신규 아이템으로 도전장을 내밀어 보려는 기존의 중소기업은 모두들 한번쯤은 해외시장을 생각해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10년 전 이미 이런 고민을 한 끝에,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이제는 한국에서 오히려 ‘외국 기업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은 회사가 있다. 바로 밀폐용기 전문 기업 ‘락앤락(Lock & Lock)’이다. 2010년 상장된 기업들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으며 최근 코스닥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락앤락은, 2009년 매출 중 3/4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100여 개국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의 입지가 탄탄하다.
재미있는 점은 락앤락이 외국에서부터 ‘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78년 ‘국진화공’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 때는 600여 종에 이르는 플라스틱 용품을 제조했다. 락앤락은 1999년에 들어서며 사업을 재편할 결심을 한다. 선택과 집중을 사업 전략으로 선택한 락앤락은 밀폐용기만 만들 것을 결심하고, 2000년 캐나다 바이어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해외로 나간다. 이후 2001년 미국에서 QVC 홈쇼핑 광고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나서야 락앤락은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그들의 이름을 알린다.
해외 진출 시 국내에서 이름을 알리고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락앤락의 이러한 행보가 조금 의아할 수도 있지만, 락앤락의 시야는 1999년 사업 분야를 재편할 때부터 이미 전세계를 향해 있었다. 락앤락은 무수히 많은 제품 사이에서 그들이 집중할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조건을 두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일 것, 연중 사용할 수 있을 것, 국가별 문화적 차이가 없을 것 등의 20가지 리스트였다. 그 리스트들에 적힌 내용들은 전세계에서 보편•타당하게 쓰일 수 있는 제품만을 걸러내기 위한 명제들이 쓰여 있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밀폐용기였다.
락앤락이 처음부터 글로벌 전략을 내세웠다는 점은 브랜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완벽한 밀폐력을 단적으로 나타내면서도 기억하기 쉽고 발음이 쉽도록 영문으로 ‘잠그고 또 잠근다’는 뜻의 ‘락앤락(Lock & Lock)’을 브랜드 이름이자 기업명으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락앤락이 시작할 때부터 세계를 겨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한 해외 시장에서 쌓인 성공 노하우를 축적해서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쓰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를 통해 다른 해외 시장을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개척할 수 있었다.
락앤락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제품명을 인식하고, 그것을 좋아하게 되어 결국에는 구매하고, 한번 쓰고 나면 또 쓰게 되는 ‘인지선호구매재구매’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그들은 당시에는 조금 생소했던 밀폐용기라는 것의 쓰임새를 알리기 위해 광고와 홈쇼핑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락앤락을 ‘인지’시키고, 락앤락 고객을 일컫는 서포터즈 활동과 각종 사회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락앤락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브랜드를 ‘선호’하게 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락앤락을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면 친절하고도 잘 교육된 매장 직원들이 교육을 통해 ‘구매’를 유도했고, 이후에는 탁월한 상품력으로 소비자들이 자동적으로 ‘재구매’ 할 수 있게 이끌었다.
미국과 한국은 소비자의 제품 구매 방법 및 문화가 비슷했기 때문에 같은 노하우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문제는 2004년에 진출한 중국이었다. 광고나 홈쇼핑을 통해서만은 그들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인지’ 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 락앤락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고급화’ 전략을 시도했다. 중국의 명품 거리에 매장을 위치함은 물론이고, 제품 또한 ‘한국산(Made in Korea)’를 강조해 일부러 중국 공장에서 가져오지 않고 한국에서 역수입해 오는 시스템을 고수했다. 2007년 진출한 베트남에서도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밖의 서포터즈 활동도 각 나라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그림 4).락앤락 뿐만이 아니라 강소기업들 중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설립부터 국내와 해외 전략을 동시에 펼친 경우가 많다. 스포츠 캐주얼 의류 업체인 EXR은 창업할 때부터 세계로 뻗어나갈 것을 다짐하고 ‘EXR KOREA’로 이름을 지었다. 현재 EXR은 중국에 진출해 2008년 이후 30% 이상 성장률을 거두는 훌륭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HUMAX)는 1997년 영국부터 시작해 그 이름을 알렸다. 세계 시장에서 5위인 휴맥스는 국내 시장에서도 1위가 아니지만 현재 매출 5000억 원대를 바라보는 어엿한 중견기업이다.
강소기업 고민해결법, 남다르게 더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시장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인재난을 돌파하기 위해 제대로 뽑아 더 크게 키웠다.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서 +α를 찾아 나섰고, 더 큰 시장인 해외로 나가기 위해 시장을 처음부터 넓게 정의했다. CEO들을 잠 못 이루게 하던 지긋지긋한 고민들, 강소기업들은 허탈할 정도로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해결법으로 큰 성공에 이른 것만 같다.
그러나 강소기업의 고민해결법이 이렇게 남다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기업의 뿌리를 단단히 지탱해 주고, 전략은 더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조직문화’가 바로 그 해답이다.
조직문화 전문가인 퀸(Robert E. Quinn)에 따르면 조직문화의 유형은 크게 개방 시스템 모델, 인간 관계 모델, 내부 프로세스 모델, 합리적 목표 모델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그림 5). 개방 시스템 모델은 혁신적인 문화라 할 수 있는데 ‘아이디스’가 이 유형에 속한다. 변화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이 조직은 아이디스가 신 성장동력을 찾는데 가장 적합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 관계 모델은 가족적인 문화로 ‘다이소’가 이를 대표한다. 개인의 성장을 독려하고 서로의 유대관계를 중요시하는 다이소는 이 문화를 토대로 직원 한 명, 한 명이 주인의식을 갖는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 내부 프로세스 모델은 시스템 중심의 문화로 ‘메가스터디’를 들 수 있다.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상호 작용 속에서 시너지를 추구하는 이 조직은, +α를 찾는데 가장 적합한 문화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합리적 목표 모델은 효율성 중시의 문화로 ‘락앤락’이 대표 기업이다. 합리적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문화 속에서 락앤락은 빠른 시간 안에 해외 진출을 달성하는데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2009년, 전세계에 숨어있는 ‘작지만 1등’인 기업들을 모아, 그들의 성공전략을 소개해 화제가 된 ‘브레이크스루 컴퍼니(Breakthrough Company)’의 저자인 키스 맥팔랜드(Keith R. McFarland)는 말한다. “강소기업은 단지 남이 하던 대로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 자신들의 문화에 맞게 전략을 재정의해서 성공한 기업이다.” 강소기업의 전략은 너무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전략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었던 문화가 뿌리내려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작성일 : 10-03-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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