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 뉴스 > 신자유주의는 어디로 갔나?

역사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총칼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한다. 다른 어떤 사람은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움직인다고 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역사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총칼도, 카리스마도 아니다. 그것은 ‘생각’이다. 사람이 가진 생각이 역사를 움직인다.

생각해 보라! 100여 년 전 대원군이라는 사람의 머리 속에 있던 몇 가지 생각이 100년 한국 역사를 상당 부분 규정짓지 않았나? 인류가 야만인에서 이렇게 발전된 문명을 갖게 된 것도 사실 몽테스키외, 존 록크 같은 몇 몇 사람이 인권 존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이 세상에 퍼지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20세기 대변혁을 가져왔던 3가지 사건
인류의 삶을 움직이는 큰 생각을 우리는 ‘이념’이라고 부른다. 되돌아 보면 인류의 역사는 항상 이념이 요동치면서 거대한 변화를 겪어 왔고 동시에 큰 사건은 이념의 변화를 몰고 왔다. 20세기 들어와서 이렇게 이념이 요동친 사건이 크게 3번 있었다. 1917년 일어난 소련의 볼쉐비키 혁명은 역사적으로 이념이 만들어 낸 가장 큰 사건이었다. 이것은 몇 천년 계속된 사유재산제라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면서 지구상 가장 크고 급격한 정치적, 사회적 변혁을 가져왔다.

두 번 째는 1929년의 대공황이었다. 이것은 아담 스미스 이래 300년 가까이 지속된 ‘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이념을 근원부터 뒤흔들어 놓은 사건이었다. 이 때부터 정부가 더 이상 도둑이나 잡는 야경적 역할에 머물지 않고 사회, 경제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소위 ‘Big Government'의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사건이었다. 이것은 그 때 까지 세계를 풍미하던 공산주의라는 이념을 뿌리채 뽑아 버렸을 뿐 아니라 29년 대공황 발발 이후 역사의 뒤안길을 헤메고 있던 ’자유주의‘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대 변화를 가져왔다.

금융위기 전까지 맹위를 떨치던 신자유주의
이 자유주의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강력한 지원하에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풍미하면서 약 20년 동안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구조를 근저에서 변환시켰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가속화 시키면서 기업활동의 자유 확대를 통한 부의 증가를 주도하는 이념으로 맹활약을 하였다.

맹위를 떨치던 그 신자유주의가 2008년 가을 뜻밖에 금융 위기를 맞닥뜨렸다. 그러면서 얼핏 신자유주의는 뿌리가 흔들리는 타격을 받는 듯 했다.

금융위기는 바로 금융 분야의 방종과 탐욕 때문에 왔고 그 탐욕과 방족을 야기한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로 지목되었기 때문이었다. 너도 나도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예고하고 새로운 이념의 도래를 노래했다.

신자유주의를 버릴 것인가, 재정비할 것인가
지난 1년 반 동안 세계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의 가닥을 잡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세계의 지성들은 커다란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되었다. 그것은 과연 이 신자유주의,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 이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숙제이다. 과연 이 이념을 송두리째 내던져 버리고 새로운 이념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일부 수정만 하고 그 근간을 가져 가야 할 것인가? 수정을 한다면 얼마나 해야 할 것인가?

진보주의자들 중에는 신자유주의를 송두리째 던져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이념을 모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그것을 바라면서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왜일까? 반면 진보주의자들의 이러한 주저함을 보면서도 신자유주의자들 역시 ‘이것이 그 죄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세계를 지배하는 이념이 되어야 한다’고 떳떳이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또 왜일까?

과연 우리는 이 이념을 어떻게 재정비해야 할까. 역사적 숙제이다. 신자유주의를 새롭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의 정체와 또 그것의 공과 과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란 도대체 어떤 생각인가? 그것은 크게 이야기 해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민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줄 때 떡이 가장 잘 큰다는 생각이다. 즉, 시장의 원리를 중시하는 생각이다. 신자유주의가 아담 스미스가 제창한 ‘자유주의’와 다른 점은 후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의 개입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지만(‘정부는 도둑이나 잡으며 뒤에 비켜 서 있으라’),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보통 때는 뒤에 비켜서 있어야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돕는 목적에 한해서는 개입해도 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세운 공로는 떡을 키운 것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는 지난 20년 동안 어떤 공을 세웠는가? 한 마디로 신자유주의는 세계의 떡을 엄청나게 키웠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가장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업적은 한 마디로 ‘세계화’이다. 신자유주의가 자유를 세계로 펼쳐 놓으면서 세계는 더 자유로워지고 더 가까워지고 더 하나가 되었다. 이것이 떡을 엄청나게 키운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떡을 키운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경쟁을 격화시켰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신자유주의 이전까지는 대체로 자국 내 몇 몇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소위 골목대장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이후 기업들은 해외에서는 물론 자기 안방에서도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되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경쟁의 강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졌다.

특히 중국에서 쏟아져 나온 싼 물건들은 전세계 모든 기업들에게 엄청난 가격 압력을 가했다. 기업들에게는 죽을 맛이었지만 세계 시민들에게는 크나큰 축복이었다. 왜냐하면 경쟁이 계속 값을 낮추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값이 낮아짐으로 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더 두둑해졌고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와 더 많은 매출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혜택은 바로 그렇게 낮아진 값 덕분에 인플레가 잡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인플레가 잡히니 이자율이 낮아졌다. 즉, 돈의 값이 싸진 것이다. 돈 값이 싸진다는 것은 기업들이 투자하기가 그만큼 더 쉬워졌다는 것이고 대부분 월 할부 인생인 소비자들은 더 많은 물건을 살 수가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투자와 소비가 같이 늘어났고 이러한 선순환이 전 세계의 떡을 엄청나게 키웠던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년 동안 세계 빈민층을 구제한 비율이 그 이전의 100년 동안의 그것보다 훨씬 더 컸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떡을 잘 키우는 것을 본 세계의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 그리고 지성들이 신자유주의의 신봉자가 되었다.

바로 이러한 공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 직후에 드높았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범한 과실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의 그늘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떡이 클 때는 빈부의 격차가 심해진다. 왜냐 하면 떡을 키울 때 사람들이 그것을 꼭 같은 분량으로 나눠서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100명이 사는 한 마을이 떡을 200으로 키웠다고 하자. 그러나 그 추가된 100은 100명이 똑같이 1씩 키우는 것이 아니다. 몇 명이 키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병철, 정주영 같은 몇 사람이 떡을 크게 키운 것과 같은 것이다. 자연히 떡이 크는 초창기에는 빈부의 격차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또 시민과 기업에 자유를 많이 주면 돈에 욕심이 난 사람들이 떡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짓을 하기가 쉽다. 예를 들어, 환경 파괴를 자행하면서까지 떡을 키우려고 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세계화 반대론자들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세계화 관련 정상 회의가 열릴 때 마다 수만명씩 모여서 격렬한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들의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화가 중단없이 계속된 이유는 그것이 명백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떡을 키우는 데 있어 너무나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과는 바로 그것이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천이었다는 데 있다.

* 칼럼 ‘신자유주의는 어디로 갔나?’는 시리즈로 실리게 됩니다. 2탄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금융위기를 불러오게 됐는지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전성철 IGM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