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국인의 중국기업 인수합병이 어려운가?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확장 전략으로 비교적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M&A이다. 13억 명의 소비 시장인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중국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외국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성공적인 인수 합병의 사례는 많지 않다. 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일까?  첫째, 중국 기업은 굳이 M&A가 아니더라도 자본시장 접근을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둘째, 중국기업의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으로 인해 매각할 유인이 낮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정부의 까다로운 M&A 규제를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1. 자금 조달이 쉽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상반기 내내 주춤했던 중국 주식 발행 시장은 올 하반기 경제회복 전망에 힘입어 달아올랐다. 위축되었던 대기수요가 몰리며 2009년 3분기와 4분기 중국기업의 주식발행 금액이 총 67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도 1월부터 현재까지 주식발행 금액이 46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2009년 중국 인바운드 M&A 금액은 약 200억 달러로 동기간 주식발행금액인 844억 달러에 대비해 약 1/4미만 수준이다. 한편, 금융위기 이후 회복이 더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 시장이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했고, 향후에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 중국 자본시장이 큰 폭으로 위축되지 않는 한 중국기업 오너들은 M&A 를 통한 지분매각보다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우선순위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2. 높은 성장성으로 인해 매각 유인이 낮다
중국증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을 자랑하고 있다.  중국 A-share 및 홍콩 H-share 의 P/E(주가수익배율) 배수는 각각 2009년 말 기준 18.9배, 15.0배로, KOSPI의 12.5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P/E 배수가 높다는 것은 회사의 미래성장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보유 지분의 일부만 상장해도 손쉽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기업 오너의 입장에서는 굳이 인수 합병을 통해 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M&A를 통해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미래가치를 현시점에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수를 원하는 외국기업은 상장 시 기대되는 가격이나 현재  거래가에 대비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금부담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중국 시장의 높은 성장성은 이래저래 중국의 인바운드 M&A를 가로막는다고 볼 수 있다.

3. 정부규제
외국인의 중국기업 인수에 대한 중국정부의 복잡한 규제는 인바운드 M&A 활성화에 또 하나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외국인의 중국 내 M&A활동에 대한 주무 부처로서 약 1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투자에 대한 심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투자제한업종의 경우 5,000만 달러 이상), 특히 반독점 관련 우려사항이 있을 경우 최장 180일까지 거래를 심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업종에 따라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추가적인 승인 심사를 거쳐야 하며, 최종적으로 투자금액이 5억 달러 이상인 경우는 중앙인민정부(国务院)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승인절차를 감안하면, 2009년에 완료된 30건의 중국 인바운드M&A 거래 중 단 6건 만이 1억 달러 이상의 거래금액을 기록한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게 느껴질 정도이다.  따라서 경영권 인수 형태를 띈 많은 M&A 사례들은 중국 본토에 자산과 영업기반을 두고, 해외에 설립된 지주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중국정부의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의 규제를 완전히 회피하면서 대규모의 M&A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은 여전히 중국진출을 시도하는 외국기업들에게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된다.

자, 그렇다면 중국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기업들이 어떤 점들을 명심해야 하는 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코카콜라와 다논 등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 1.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에 막히다: 코카콜라의 후이위안주스 인수
2009년 3월, 중국 상무부는 24억 달러 규모로 진행된 코카콜라의 후이위안 (匯源) 주스 인수 건에 대해 불허 방침을 발표했다. 후이위안 주스는 중국 최대 음료업체로 코카콜라가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더라면 사상 최대규모의 인바운드 M&A로 기록될 참이었다. 그러나 결국 M&A 계약은 실패해 외국인이 M&A를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특히 당국의 심사결과가 경쟁 제한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 많은 논란을 초래했으며, 중국이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의 자국기업 인수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 또한 증폭시켰다.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기준의 M&A 규제는 결국 외국인의 M&A를 통한 중국 진출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예상된다.

중국정부의 인수 불허 결정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관련 시장의 확장과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인수를 허가하지 않은 점이다.  또한 중국 토종 중소형 주스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점은 중국정부의 자국 산업육성정책에 대한 고려가 반독점 심사에 반영되었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인의 민족적인 감정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문조사 결과 등에서 대다수의 중국인들이 보인 자국의 대표브랜드 매각에 대한 반대의견에 따라 중국정부도 일반 대중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향후에도 일반 대중에 잘 알려진 대규모 중국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외국기업은 코카콜라의 후이위안 인수 실패사례를 상기하며 인수를 망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례 2. 지분 51%로는 경영권 행사가 어렵다: 다논 – 와하하 합작사 분쟁 및 청산

중국 음료업체 와하하 (哇哈哈) 그룹과 프랑스 식품 업체 다논(Danone)의 조인트벤처가 실패한 이유는 설립 당시 만들어진 지분구조 상의 문제점에서 비롯되었다. 도표에서 볼 수 있듯, 1996년 합작사를 설립할 당시, 다논은 실질적으로 합작사의 25.5%만 보유한 주주였다. 따라서 합작사의 지분 49%를 보유한 와하하그룹은 경영권을 자신이 가진 것으로 여기고, 와하하 브랜드 사용권을 합작사에 넘겼다. 그러나 다논이 홍콩 바이푸가 보유한 합작사 지분 25.5%를 인수함으로써 합작사의 51%를 소유하게 돼 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자 와하하그룹의 종칭허우 (宗庆后) 회장 측은 다논의 경영권 행사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된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외국인 기업들이 차선책으로 합작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지만, 본 사례는 중국 내 합작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다논은 법적으로는 51% 지분을 소유한 합작사의 단일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종칭허우 회장이 합작사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개인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러한 분쟁은 합작사 설립 당시의 지분구조 상 종칭허우 회장측이 자신이 합작사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오해”했고, 다논 또한 합작사의 51%를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오해”한 것에서 촉발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본 사례에 대해 "중국에서 합작사업을 하려면 최소 60%의 지분을 확보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례 3. 단계별 인수 전략도 결국 실패로 돌아가다: 아셀러미탈의 차이나오리엔탈 지분 인수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인 아셀러미탈(ArcelorMittal)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철강회사 차이나오리엔탈 그룹(China Oriental Group)의 인수를 위해 단계별 지분인수라는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다. 상장회사인 차이나오리엔탈의 공개매수를 회피하기 위해 1단계로 약 28%의 지분을 취득했고(중국에서는 상장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인수할 때,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해야 함), 2단계로는 대주주로부터 50.1%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그리고 3단계로는 73%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첫 계약일로부터 최장 6년 반의 시간을 두고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비록 아셀러비탈의 인수 시도는 중국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하였으나, 중국 상장회사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실험적인 거래구조라는 측면에서 신선한 전략으로 평가 받는다.

본 사례 역시 코카콜라-후이위안 사례와 유사하게 거래당사자들이 합의했음에도 중국 당국이  개입해 거래가 무산된 경우다. 그 이유는 중국정부가 철강 산업을 전략적인 국가 기반산업으로 인식했기 때문이고, 이 사업에 외국인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아셀러미탈은 콜옵션 및 풋옵션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택한 것이다. 차이나오리엔탈 지분을 점차 늘려가는 전략을 통해 단번에 경영권을 확보하였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1)여론의 부정적인 반응과 (2)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이미 인수한 지분 일부를 재매각해야 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셀러미탈은 결국 인수합병을 포기해야 했지만 중국 M&A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한 인수전략을 시도한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사례 4. 중국 최초의 적대적 인수도 물거품되다: 앤하우저부쉬의 하얼빈맥주 인수
세계 2위의 맥주 제조업체인 SAB밀러는 중국 4위의 맥주업체인 하얼빈맥주를 인수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후발주자인 앤호이저 부시(Anheuser Busch, 버드와이저 생산업체)에 하얼빈맥주를 넘겨주고 말았다. 최초의 중국기업의 적대적 인수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던 SAB밀러의 하얼빈맥주 인수 시도는 피인수사의 경영진과 사전 교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양식의 적대적 인수 방법을 무리하게 추진해 실패했다. 하얼빈맥주 인수에 성공한 앤호이저 부시사 또한 중국 맥주시장 진출 과정에서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수업료를 치러야했다. 첫번째는 인수경쟁 때문에 SAB밀러가 하얼빈맥주에 제시한 가격의 2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지불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중국 내 다른 맥주업체를 추가로 인수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하얼빈맥주 인수를 승인 받은 점이다. 상무부의 이러한 결정은 중국 회사인 칭다오맥주가 30여 건의 중국 내 경쟁업체 M&A를 성사시키며 성장해온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SAB밀러의 M&A 실패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특히 현지 사업파트너와의 궁합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SAB 밀러는 하얼빈맥주에 앤호이저 부시보다 한발 앞서 투자했지만, 투자 후 1년 동안 하얼빈맥주 경영진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하얼빈맥주 경영진의 ‘SAB밀러가 전략적 파트너로서 부적합하다는 인식’을 바꾸지 못한 것이다. 이는 결국 하얼빈맥주 경영진의 지지를 받은 앤호이저 부시가 M&A에 성공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앤호이저 부시 역시 하얼빈맥주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높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 점, 그리고 중국 당국으로부터 더 이상의 추가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인수를 성사시킨 점, 마지막으로 중국 토종회사의 경우 동종업체 인수를 통한 성장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외국인이 중국에 진출해 중국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 핸디캡’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사례 5. 3년에 걸쳐 파트너십 강조한 끝에 결국 성공시키다: UTC의 GST홀딩스 인수
캐리어(Carrier) 에어컨, 오티스(Otis) 엘리베이터 등으로 알려진 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스(United Technologies Corporation,UTC)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M&A를 시도한 결과, GST 홀딩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GST 홀딩스는 중국에 사업기반을 두고 홍콩에 상장되어 있는 화재경보 및 보안제품 업체다. 앞서 소개한 후이위안이나 하얼빈맥주 등에 비해 화재경보기는 아이템이 대중에게 친숙한 감정을 일으킬만한 성격이 아닌 점, 그리고 차이나오리엔탈의 경우처럼 중국 정부가 외국인의 진출에 민감한 업종도 아니라는 점에서 당국의 심사를 비교적 잘 넘긴 사례라 볼 수 있다. 더불어 중국 정부가 UTC의 투자를 받아들이는 편이 유리하다고 인식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국적기업인 UTC가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1980년도부터 오티스 엘리베이터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던 점, R&D 센터 운영이나 합작사 설립-전략적 제휴의 추진 등을 통해 중국 경제발전에 기여할 의지를 보여준 것이 좋은 이미지를 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UTC의 인수 전략이다. 우선 전략적 소수지분을 확보해 피 인수 기업인 GTS와 파트너로서의 교감을 형성한 뒤, 본격적인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시작부터 종결까지 3년이나 걸린 UTC의 GTS 인수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첫째, UTC가 전세계적으로 사업경험이 많은 다국적기업으로서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미리 파악하고 천천히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던 점이다. 소수의 지분을 먼저 확보해 전략적 관계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신뢰를 쌓아가는 기간을 충분히 거치면서 추가지분을 매입한 것이다. 그리고 첫 투자를 한 뒤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지나 대주주와 확실한 교감을 한 후에야 대주주 지분 매입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 것이 결국 거래의 성공을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 번째로 UTC가 오티스 엘리베이터를 통해 무려 10개의 중국 토종 합작사를 설립했고, 3개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중국 당국의 인수 허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UTC 인수를 통해 선진 기술전수를 통해 자국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해석해 중국 정부의 투자 승인이 더 용이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가의 2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지불한 뒤에야 성공할 수 있었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도 쉽게 자금조달이 가능한 중국기업들을 상대로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만 한다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UTC처럼 시가총액이 45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은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무리가 없겠지만 일반적인 기업들에게는 '중국 프리미엄’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
중국 기업을 인수 및 합병하려는 기업이라면 위의 사례들에서 나온 교훈 다섯 가지를 다시 한번 명심하자. 첫째, 중국은 비싸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쉬울 뿐 아니라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다수의 중국기업들은 높은 프리미엄 없이는 경영권을 매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영권 인수기회를 포착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높은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인수를 위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생적인 성장과 대비했을 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코드를 맞춰라. 중국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과 국가경제발전 방향에 맞는 투자만을 선별하여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중국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토종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 또는 합작, 기술 이전을 하는 과정을 통해 중국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M&A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셋째, 사업파트너를 잘 선택하라. 특히 합작을 추진할 경우, 경영권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인 보호장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다논-와하하 사례가 남긴 교훈이다.

넷째, 사업파트너와 교감하라. 다논이 와하하그룹과 수년간의 법정분쟁을 치르고 결국 철수해야 했던 것도, SAB 밀러가 무리하게 하얼빈맥주의 적대적 인수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도 결국은 파트너 상대방과의 교감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

다섯째,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가라. 속전속결로 중국에서 M&A에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성공한 사례의 대부분은 소수지분부터 확보하기 시작해서 천천히 경영권 인수를 시행해 갔다. 중국에서는 경영권 확보 기회의 희소성과 중국 정부 승인의 불확실성, 사업파트너 선택 및 신뢰 관계 정립과정 등 긴 시간이 필요한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서둘러서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UTC는 신중하게 선택한 사업파트너와 충분한 교감을 이뤘고, 중국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파악했으며, 결코 서두르지 않고 3년에 걸쳐 GST의 경영권 인수에 성공했다. UTC의 사례가 정답은 아니지만 모범 답안 중의 하나인 이유는UTC가 중국에서 어떻게 M&A를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케이스로 푸는 M&A] 를 이어갈 함희준은… 브라운대 경제학•국제관계학 학사, 예일대 국제관계학 석사를 졸업, 현재 UBS증권 기업금융부 상무로 재직 중이다. 아시아 기업 인수 합병 및 자문 담당을 맡고 있다. 해태제과, 국민은행, 우리금융지주, 하나은행, SK네트웍스, CJ홈쇼핑, 진로, 극동건설, 대한통운 등의 M&A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