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조사기관 코밸런스가 기업들의 ‘윤리 점수 성적표’를 공개했다. IBM, 인텔, 시스코시스템즈와 같은 IT 기업들이 강세를 이루는 와중에 전통적으로 윤리경영을 잘 해온 HSBC 역시 이름에 걸맞은 순위를 나타냈다. (표1 참조)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의 윤리성에 성적을 매겼을까? 언론이 보도한 긍정적인 뉴스 수에서 부정적인 뉴스 수를 빼는 방법이 활용됐다. 그런데 눈 여겨 볼 것은 성적의 기준이 되는 뉴스들이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됐다는 점이다. 기업의 부패 방지제도나 기업의 노동기준과 같이 윤리성과 직접 연관되는 뉴스는 물론이고, 폐기물 관리 현황이나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환경 관련 뉴스, 고객정보 관리 정도나 사회공헌 정도 등의 뉴스까지 아우른다. 이는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윤리성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기업에게 ‘금전거래가 깨끗하다’, ‘소비자를 우롱하지 않는다’ 정도의 과거 소극적 윤리를 넘어, 경제, 환경, 사회적인 측면까지 책임지는 적극적인 윤리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윤리경영,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다음 3가지 질문으로 윤리경영과 관련된 궁금증을 없애보자.

Question 1. 기업에게 적극적인 윤리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할까?
Answer 1. 소비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윤리경영이 꼽힌다.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기업에게 윤리경영은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의무가 될 수 밖에 없다.
기업과 윤리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업[企業]: 영리(營利)를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 윤리[倫理]: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사전의 정의처럼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추구’이다. 그렇다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잣대가 돼야 한다. 더구나 윤리의 적용 대상 역시 사람이지 기업이 아님을 사전에서 보여주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나 자금의 현실은 사전과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사람들은 기업에게 경제적인 요구는 물론 윤리적인 요구까지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왜 사람도 아닌 기업을 윤리적 기준으로 평가하며, 윤리성을 강요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07년 보스턴 대학(Boston College)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표2참조) 친환경제품 생산 및 공정, 협력업체의 사회적 책임 관리, 인권 침해 해소, 각종 사회 문제 해결, 빈부 격차 해소 등 여러 가지 차원의 문제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의 인식이 차이를 보인다. 기업은 “우리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소비자는 “기업이 여기까지는 책임져야 한다”고 답한다. 이는 시대가 변해 소비자가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생각해보자. 1966년 울산 공업탑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산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도래한다.” 1980년대 산업 성장 시절,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업에게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기만을 기대했다. 환경이 망가지거나, 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돼도 경제 성장을 위했다는 이유를 대면, 크게 문제시 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기업은 경제 성장은 물론 페놀사건, 비정규직, 빈곤, 비만 등 환경, 사회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수십 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구한 경영학자 캐롤(B.A. Carroll)은 기업의 책임을 다음과 같은 4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 경제적 책임, 2단계: 환경적 책임, 3단계: 윤리적 책임, 4단계: 자선적 책임. 이중 경제적인 책임을 넘어선 2,3,4단계에 해당하는 환경, 윤리, 자선적 책임을 적극적 윤리경영으로 말할 수 있다. 이제 이 적극적 윤리경영이 기업 경영에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기업만이 살아남고, 살아남은 기업만이 이윤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Q2. 기업에게 윤리경영은 기업이 책임져야 할 또 하나의 부담이기만 할까?
A2. 윤리경영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부담이 아닌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베트남의 작은 직물업체인 호 구암 가먼트(Ho Guam Garment)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업체는 1992년 베트남의 작은 도시에서 옷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창립 후 10년째 신통치 않았던 회사의 매출이 2002년부터 부쩍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전체 생산량 중 95%를 월마트(WalMart), 시어스(Sears), 타겟(Target)과 같은 세계적인 유통기업으로 수출하게 됐다.

성공 요인은 다름아닌 윤리경영이었다. 이 회사는 2002년부터 행동수칙(Code of Conduct)을 제정해가며 회사 내부의 윤리성, 투명성을 먼저 챙겼다. 그리고 이를 미국 수입업자에게 강조하며 거래처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중소기업, 그것도 베트남의 중소기업에 윤리경영을 기대하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사회단체로부터 ‘윤리경영’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은 해외 협력업체를 고를 때도 윤리경영을 살피고 있었다. 인건비가 싼 베트남 지역에서 윤리경영에 주의를 기울인 거의 유일한 기업이었던 이 회사는 윤리경영 덕분에 차별성을 갖춘 매력적인 협력업체로 떠올랐다. 이 기업에게 윤리경영은 오히려 기회였던 셈이다.

Q3. 어떻게 대응해야 윤리경영을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을까?
A3.
How-to 1. 기업의 관심사(수익)와 사회의 관심사(공익)가 겹치는 특화된 해결 과제를 선택하라.
How-to 2.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라.
지금까지 윤리경영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 또 잘만 대응하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윤리경영에 대응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이번에 코밸런스가 조사한 기업 중 전체 1위를 차지한 IBM의 윤리경영 활동을 통해 찾아내 보자.

How-to 1. 기업에 특화된 해결 과제를 선정하라
“IBM은 최고의 자산인 우수인력, 첨단 기술력 등을 교육, 문화, 사회지원, 예술, 환경 각 분야에 적극 제공함으로써 건실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IBM은 교육과 어린이가 나라의 미래라는 믿음에 기초하여 교육분야에 대한 사회 환원에 가장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출처: 한국 IBM 홈페이지)

IBM은 갈수록 극심해지는 교육 격차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IBM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해주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IBM 자체의 우수한 인력과 자제를 사용하기에 추가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윤리경영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관문이 된다는 사실을 IBM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하기 위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무조건 공익을 위한 행동을 하고 보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윤리경영을 투자가 아닌 지출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셈이다.  윤리경영을 차별화 포인트로 만들어 기업의 수익성으로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관심인 수익성과 사회의 관심인 공익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 문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기업이 속한 산업에 따라 기업의 관심사인 수익과 사회의 관심사인 공익이 겹치는 부분을 알려주는 지침은 없을까? 이미 2002년 국제환경계획(UNEP)은 각 산업별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어떤 부분을 해결과제로 선택하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지침인 셈이다. (표3. 참조)


How 2.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라
하지만 해결과제를 찾았다고 윤리경영을 통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교육에 집중한다고 해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활동만 벌인다면 윤리경영의 차별화 전략에는 실패할 것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를 찾았다면, 자신의 기업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선보여 사람들의 머리에 강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IBM이 벌이고 있는 활동을 살펴보자.

 ● 키드스마트 어얼리 러닝(KidSmart Early Learning) 프로그램
컴퓨터 교육환경으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전국 산간벽지나 도서지방의 유치원 어린이들을 우선 대상자로 선발, LG-IBM PC와 에드마크(Edmark)사의 유아교육용 소프트웨어 및 리틀 타익스(Little Tikes)사의 어린이용 컴퓨터 책상 기증, 실제 컴퓨터 활용 교육까지 제공

 ● 국내 학자를 위한 IBM 연구소 연수 프로그램
한국 IBM은 197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3-5명, 총 120여명의 과학자를 미국 IBM 연구소에 파견, 첨단과학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기회 제공, 세계적인 기술추세 파악과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 도모

 ● 월드 커뮤니티 그리드 (World Community Grid)
월드 커뮤니티 그리드 웹사이트(www.worldcommunitygrid.org) 에 가입 후, 무료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실행시키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유휴 자원을 모아 HIV, SARS, 알츠하이머, 암 등의 질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코드 해독, 단백질 해독, 자연 재해 예측, 전세계 식량 및 수자원 보호 등 연구

세 가지 교육과 관련된 활동 모두가 컴퓨터 주변기기 회사로 시작해 기업의 문제해결을 돕는 컨설팅 업체로 변신한 IBM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윤리경영을 통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윤리경영에 힘쓸 때다
4년에 한번 선거 때마다 선택 받는 정치인도 국민들은 정치인 본인이 검은 뒷거래를 했느냐 안 했느냐 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이 군대에 다녀왔느냐 안 다녀왔느냐 까지도 윤리적으로 점검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볼멘소리를 할 수 없다. 국민들의 엄격한 윤리 잣대까지 통과해야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민들이 윤리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제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기업들 즉 법인에게도 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윤리경영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번 코밸런스 조사에서 LG는 69위, 현대자동차는 129위, 삼성은 134위, 포스코는 267위를 기록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10년 상반기 ‘기업호감지수’ 는 54점이다. 국제 경쟁력 84점, 생산성 향상 68.2점, 국가경제 기여 53.5점에 비해 크게 밑돈 윤리경영 실천 27.6점, 사회공헌활동 42.3점이 만든 최종 점수였다. 매출이나 수익 같은 경제적 평가 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자선적 책임까지 아우른 윤리경영에 신경 쓸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