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이란 무엇일까? 보통 10세 전후 성장기 어린이의 허벅지, 무릎, 발목에 발생하는 가벼운 통증을 말한다. 이러한 성장통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 시기 아이들은 급격히 성장한다. 그러나 뼈가 성장하는 만큼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서 경미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에도 성장통이 발생한다는 재미있는 이론을 주장한 학자들이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에릭 플램홀츠(Eric Flamhlotz)와 이본 랜들(Yvonne Randle)은 20여 년간 포춘 500대 기업을 연구한 후, 기업에도 성장통이 발생한다는 이론을 창시했다. 그들은 ‘Growing Pains’이라는 책을 통해 기업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장통을 겪을 수 있고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성장통이란 과연 무엇일까?

기업을 파산으로 이르게 하는 병, 성장통
인간의 성장통이 뼈 성장에 비해 근육 성장이 따라오지 못해 발생한다면 기업의 성장통은 매출이 성장하는 만큼 기업의 관리 능력이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 오스본 컴퓨터의 사례를 살펴보자. 오스본 컴퓨터는 외형적 성장에 비해 관리 능력이 부족해 파산한 전형적인 사례다. 창업 초창기 오스본의 상황을 살펴보자. 오스본의 휴대용 컴퓨터가 대박이 나면서 주문은 폭주했다. 그런데 여기 저기 내부적으로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불량 제품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품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재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익률은 그대로거나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뿐 아니라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과중은 심해졌고 이직률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렇게 외형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혼란스럽고 정렬되지 않은 상태, 기업 성장통이 찾아온 것이다. 오스본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고 문제가 발생한 후 허둥지둥 대처하기 일쑤였다. 품질 문제가 불거지고 한참 뒤에야 품질 담당 부사장제를 추가 신설해 대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오스본의 파산 이후 오스본 창업자 ‘애덤 오스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갑자기 회사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신생 기업의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이다. 사실, 창업 초기의 경영과 이후 조직이 커진 다음의 경영은 전혀 다른 매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조직이 커진 뒤에도 이전과 똑같이 경영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오스본과 마찬가지로 성장통의 덫에 걸릴 확률이 높다.

우리 기업의 성장통 정도를 진단해 봅시다.
지금까지 기업을 파멸로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성장통이라는 병을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기업은 이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신생기업뿐 아니라 이미 창업한 지 한참 돼 운영 및 관리 시스템이 안정화 된 기업이라도 성장통에 대해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사업 확장을 위해 만들어진 신생 부서에도 성장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기업의 성장통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래 진단지를 활용해 우리기업의 성장통 정도를 확인해보자.

1차 진단지는 ‘Growing Pains’를 저술한 에릭 플램홀츠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조사한 후 흔히 나타나는 징후들을 열거해 만들었다. 이러한 징후들이 많이 나타날수록 귀사의 성장통 정도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1차 진단을 마쳤는가? 그런데 1차 진단이 끝이 아니다. 성장이 가장 발생하기 쉬운 시기는 바로 매출 성장률이 급증할 때다. 외형적인 성장이 급증할 때 내부 역량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 바로 성장통의 덫에 걸릴 수 있다. 그럼 2차 진단에 들어가 보자. 귀사의 현재 매출 성장률은 어느 정도인가? 

자, 1차, 2차 진단이 모두 끝났다. 그럼 이제 귀사의 성장통 정도를 진단할 수 있다. 진단 1의 총합과 진단 2의 점수를 곱해보자. 그렇게 해서 나온 점수를 아래 결과표에 매치해 보자.

진단 결과, 귀사의 성장통 위험 정도는 어떠한가? 모든 것이 정상인가? 아니면 일촉즉발 위기상황인가? 만약 일촉즉발 위기상황이라면 귀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업의 성장통, 제대로 된 처방전은?
앞에서 성장통이란 창업기 이후 성장하는 외형에 비해 내부적인 운영 및 관리 능력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기업은 어떻게 외적 성장과 더불어 내부 역량도 함께 성장시킬 수 있을까? 기업의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과 조직으로 나누어서 각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시스템: 기업의 배관,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라
창업기 이후 경영자들은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다. 그래서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기본 시스템을 간과하곤 한다. 그러나 회사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적인 일상 업무들, 즉 회계, 수금, 광고, 채용과 교육, 판매, 생산, 정보 시스템, 운송 시스템, 기타 관련 시스템 등을 만들고 합리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 운영 시스템이란 조직 내의 배관과도 같다. 배관이 있어야 주택이나 빌딩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듯이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조직의 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조직의 배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어느 전기 부품 유통회사는 재고 오차 때문에 주문을 받은 물건조차 제시간에 납품할 수 없게 돼 고객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바로 재고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아 발생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영진들이 이러한 운영 시스템 구축을 간과한다는 사실이다. 즉 경쟁사들과 단지 시장과 제품만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인프라에서도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운영 시스템 구축 미비로 경쟁자에게 선두 자리를 뺏겼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K마트다. K마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내 매장수 271개로 단연 대형마트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당시 월마트는 신생 기업으로 매장수는 고작 70여 개에 불과했다. K마트가 매장 확장 정책을 고수하고 있을 때 월마트는 당시 유통업계의 거인 K마트와 정면 승부로는 이길 수 없음을 직감하고 운영 시스템 구축으로 눈을 돌렸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조달 구매 시스템과 정보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월마트는 다른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상시 저가(Every day low price)’를 실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월마트는 순식간에 K마트와 위치를 역전시켰고, 현재 66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반대로 K마트는 뒤늦게 월마트의 운영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2002년 파산에 이르렀다.

2) 조직: 부서간의 장벽을 허물어라
첫 번째가 운영 시스템이었다면 두 번째 해결책은 조직 관리에 있다. 보통 기업의 창업기 조직 구조를 보면 매우 통합적이다. 몇 안 되는 직원은 회사 전반적인 일을 모두 협업 및 공유한다. 그러던 조직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분권 조직으로 바뀐다. 즉 부서 역할이 명확해지면서 부서간 교류 및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 시기 직원들은 옆 부서에 대한 관심이 적고 자기 업무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다. 이는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선 부서 이기주의가 심화된다. 위에서 일이 떨어지면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고 떠미는 식이다. 그리고 부서간 정치 싸움의 심화가 이어진다. 우리 팀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각종 권모술수가 판치게 된다. 이러한 조직 구조 속에서 직원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부서간 장벽을 부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기업이 바로 닛산자동차다. 90년 대 닛산은 3년 연속 적자를 냈을 뿐 아니라 1조 엔이 넘는 부채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때 닛산의 부활을 책임질 새 CEO가 부임했다. 바로 카를로스 곤이다. 그는 부임 직후부터 닛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곰곰이 연구했다. 그 결과 닛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직된 조직에 있음을 깨달았다. 당시 닛산의 조직은 어떠했을까? 당시 닛산의 조직은 파벌주의가 만연해 있었다. A파벌에 속하면 B파벌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 쓸데없는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업무와는 관계없는 일에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이다.

카를로스 곤은 그 즉시 NRP(Nissan Revival Plan)을 개시하면서 “영업•제조•디자인 등 부문간의 장벽을 부숴라! 헐어라”를 외쳤다. 그가 실시한 조직 개혁은 무엇일까? 바로 제품기획에서 개발과 마케팅에 이르는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회사전체 차원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발굴하는 조직, 즉 크로스 펑셔널 팀(Cross Functional Team)을 조직해 적극 활용했다. 파벌주의가 가득한 부문별 운영이 아니라 회사전체 차원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다. 이러한 조직 개혁의 결과, 부도직전이었던 닛산을 1년이라는 최단 기간에 흑자기업으로 되살릴 수 있었다. 이후 닛산은 2006년 '닛산웨이'라는 사규에 '크로스 펑셔널'이란 개념을 행동강령으로 명시했고 현재까지도 1년에 한 차례 크로스 펑셔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던 성장하면서 성장통을 겪는다. 기업 초창기 때는 내적 관리 역량보다 외적 성장을 더 중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의 성장통과는 달리 기업의 성장통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운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품질은 악화되고 수익성도 계속 떨어진다. 결국 기업이 시장에서 혁신 제품으로 성공하더라도 운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스타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조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견고해지는 부서간의 장벽을 부수지 않으면 회사 전체적인 성과보다 쓸데없는 부서간 인간관계에 힘을 소모하게 된다. 혹시 여러분의 기업도 성장하면서 부수적으로 겪게 되는 여러 징후들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단순한 골치거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성장통을 인지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적극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