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표방한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곽복선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이하 곽복선)   그렇습니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질 보다는 양적 경제발전을 이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중복투자, 과잉생산, 비효율적 생산구조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간 불균형발전으로 인한 도시 농촌간 소득격차는 작년 평균 3.3대 1을 기록하고 있어요. 경제는 성장하고 있음에도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최근 4~5년간 등기실업률이 평균 4~4.5%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외무역의존도 역시 59.2%(08년 당시)로 미국의 24.6% 보다 현격하게 높은 수준이라 내부추동력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중국이 내놓은 대안적 경제패러다임은 무엇입니까?
곽복선   중국정부는 총체적인 경제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크게 4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첨단기술산업 및 신흥전략산업의 발전을 유도하고, 저탄소 경제성장을 통한 지속가능 경제발전 체제구축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장시스템 정비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규범화된 시장경제제도를 확립하려고 힘쓰고 있어요. 세 번째는 사회 안정성 제고를 위해 노동계약법 등을 제정하고, 권역별 경제발전 정책을 통해 전국적인 균형발전(권역별 균형발전 및 도시화)을 실현하려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내수 진작을 통한 안정적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으니 국내 기업들은 이에 맞는 산업모델과 정책 등을 가지고 중국시장에 진입해야 할 것입니다.

변화하는 중국 경제패러다임이 우리나라 기업에게 더 많은 시장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십니까?
곽복선   변화하는 중국의 경제구조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권역별 균형성장을 하려면 결국 사회간접자본(SOC) 확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고속도로인데요, 중국의 고속도로는 총 6만 킬로미터로써 한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입니다. 하지만 국가면적 대비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결코 많은 양이 아닙니다. 때문에 앞으로 중국에는 엄청난 양의 고속도로가 더 깔려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 북경에서 상해까지 고속철도의 궤도를 놓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인프라 시장에서도 부설 전력설비 등에서 시장기회를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12차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킨 ‘7대 신흥전략산업 육성책’에는 ▲에너지 절감, ▲정보기술, ▲바이오 테크놀러지, ▲첨단제조업, ▲신에너지, ▲신소재, ▲에너지 절약형 차량 등의 핵심 산업이 포함돼 있습니다. 선진화 하면 대한민국 아니겠습니까. 지능적이고 선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혁신기술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권역별 도시화 정책이 확대될수록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타겟 지역도 점차 다양해 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정부가 균형성장을 위해 전국적으로 도시화를 진행한다면 정말 거대한 소비시장이 생겨나겠군요. 현재 중국이 추진 중인 도시화 정책은 주로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곽복선   중국 GDP의 53.7%가 동남부에 있는 10개 성시에서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의 시장은 북경, 상해, 산둥, 절강, 광둥을 포함한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2050년까지 서부개발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또한, 원자바오 총리는 중부에 속한 6성을 집중 육성하는 ‘중부굴기’에 좀 더 신경 쓰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아마도 내년부터 중부지역에 좀 더 많은 투자가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도시화 계획에 발 빠르게 대처해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있나요? 이미 까르푸와 같은 미국 대형 매장들은 중국 지방도시까지 진출했다고 들었습니다.
곽복선   이미 세계 50대 소매기업 가운데 70%가 중국 전역에 진출해 있어요. 2008년 집계에 따르면 이들 외국계 기업들은 중국 전역에 4613개 매장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저도 중국 내륙지방을 돌아다니며 조사하던 중 월마트가 이름도 낯선 3선 도시(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하는 1선 도시와 성정부가 있는 2선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도시)에 설립된 것을 봤습니다. 그들은 왜 이 지역에 마트를 세웠을까요. 그들은 이미 여기에 시장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것이죠. 현재 월마트는 중소 지방도시를 대도시와 동등하게 주목하고 활발하게 매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취징(윈난), 류판수이(꾸이저우), 양췐(산시), 징저우(후베이), 쯔보(산둥), 더양(쓰촨) 등지에 매장을 설립했습니다. 테스코(TESCO) 역시 2009년에 개점한 7개 매장 중 5개가 톄링(랴오닝), 원링(저장), 웨이팡(산둥) 등 중소지방도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금 해외 기업들은 엄청난 속도로 중국 내 신흥시장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 기업들은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하나하나 관심을 가져야만 새로운 시장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지방도시에 마트를 세우려면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중소 지방도시 1인당 평균 GDP는 어느 정도 됩니까? 
곽복선   현재 베이징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쑤저우(蘇州) 지역의 경우 1만 8000불 정도고요. 우시(無錫)과 다롄(大連)도 각각 1만 1885달러와 1만 515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죠.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점차 해외의 중고가 제품도 소비 가능함을 말해줍니다. 또한 이 수치는 도심과 농촌의 GDP를 합해 평균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도심에 사는 주민들의 실소득은 이보다 훨씬 많은 수준일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월마트 역시 각 지역별 GDP 통계를 꼼꼼히 분석했기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균형성장을 위해 중국 중소도시까지 도시화가 진행되면 현지인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있을 텐데요, 실제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에 변화가 있는가요?  
곽복선   물론입니다. 지난호 IGM 비즈니스 리뷰에도 실렸듯, 빠링허우 세대(post 80)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브랜드를 중시하고 웰빙과 레저를 즐기며, 남성들도 미용을 중시합니다. 또, 신용카드 사용 확대 등으로 온라인 구매도가 증가하고 있어요. 2008년 온라인쇼핑몰 시장규모가 1200억 위엔이었는데, 2011년에는 4천억 위엔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60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억 7000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버마켓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하는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와 함께 최근 현지에서 가장 히트한 상품들은 주로 어떤 것들 것 있는가요?
곽복선   현재 중국의 소비코드는 ‘웰빙’과 ‘친환경’입니다. 그래서 건강과 관련한 제품들이 히트상품으로 등극하고 있습니다. 중국아동의 40%, 노인층의 60%가 칼슘부족이라 액체칼슘이 많이 팔린 바 있고, 노인인구 급증으로 혈압측정기 같은 가정용 의료기기도 많이 소구되고 있습니다. 수험생 자녀들을 위한 ‘와하하 영양쾌선’이라는 영양음료도 큰 히트를 쳤었죠. 디지털 시장도 크게 확대되면서 중국 내 81개 도서가 디지털북으로 출간됐습니다. 이에 따라 2010년 안에 디지털 북 이용자가 1억명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SUV 차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외관이 세단과 비슷한 도시형 SUV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혼다 CR-V 제품이 그 중 하나죠. 임산부나 어린이를 위한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어요. 중국의 한해 임산부의 양이 1300만명에 달하고 이들의 월평균 지출액은 2000~5000위엔에 육박합니다. 이들은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디자인이 우수한 임부복이나 유아용 제품을 구매하고 있죠. 우리 기업들도 중국에서 소구되는 히트 상품들을 잘 분석해 이들의 소비패턴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중국 내에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들이 변화하는 중국의 시장경제 틀에 발 빠르게 대처해 기회를 더 얻기 위해서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입니까?
곽복선   계림과 타클라마칸 사막이 현격히 다르듯, 중국이란 나라는 각 지방도시마다 경영여건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때문에 각 지역의 특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공부해서 그에 맞는 미시적 경영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입수하고 공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 찾아보면 기업들이 필요한 정보는 이미 도처에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코트라 네트워크(www.globalwindow.org), 수출입은행(www.koreaexim.go.kr), 한국무역협회(www.kita.net), 대외경제정책연구원(www.kiep.go.kr) 등의 사이트만 뒤져도 필요한 정보는 제공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31개 기관, 55개 사이트에 산발적으로 포함돼 있던 정보들을 한 군데로 모아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진출통합정보시스템(www.ois.go.kr)을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투자정보, 해외진출기업 성공 실패 사례, 컨설팅 전문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어 CEO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국을 공략하기 원하는 CEO들은 정보 뿐 아니라 중국의 지리공부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도전하고 직접 발로 뛰어서 알아내는 것만큼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적합한 기회를 잡으십시오. 그것이 변화하는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법입니다.

일본 백화점 ‘이토요카도’ 중국 중서부에서 돈맥 찾다 중국이 권역별 균형성장을 발표하고 중서부 지역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공포하자, 일본의 유명 유통업체 이토요카도는 이 지역을 집중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이토요카도는 1996년 자본금 1730만 달러로 청두에 이토요카도 유통법인을 설립했고, 현재는 중서부 지역에 총 3개의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2010년까지 총 3개의 백화점을 추가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토요카도는 중서부 지역을 신흥시장으로 바라보고, 지역고객을 위한 특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월소득 1400~1500위엔(한화 약 2530만원)대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중저가 신규제품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기준해 연간 29억 위엔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이토요카도 백화점의 2단계 발전 목표는 이 기업이 진정한 중국회사로 변하는 것이다. 즉, 매장 직원들을 중국인으로 대체하고 일본인들은 감독의 역할만 감당하면서, 백화점이 중국인들의 인식 속에 자국기업처럼 받아들여져 더 많은 소비증가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 중서부 지역의 도시화 정책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볼 때가 됐다.

곽복선 연구원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베이징, 칭따오, 청뚜 무역관장을 역임했으며, 다년간 중국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며 변화하는 중국 시장을 가까이서 체감해 온 전문가이다. 현재는 KOTRA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죽림칠현-빼어난 속물들>, <개원의 치세>, <현장에서 읽는 중국환경시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