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의 기업이 세계 50여 개 국에 진출해 있다고 치자. 당신 기업은 유아용품부터 20대 여성용품, 60대 남성용품을 폭넓게 생산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의 각 브랜드 매니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기업의 내년 전략을 논의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상황에서 어떻게 생산적인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하기 위해서 다양성 관리(Diversity Management)는 필수다. 최근 우리 기업도 여성인력의 급격한 사회진출, 외국인 근로자들의 유입,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으로 내 구성원이 다양해 지고 있다. 그렇다면 조직내 다양성이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창의성의 원동력이 되게끔 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것일까?

다양성 Top50 기업 선정해보니
미국에서 출간하는 다이버스티잉크(DiversityInc)에서는 매년 다양성 관리에 뛰어난 50대 기업을 선정한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다양성 최고 50대 기업’(Diversity Top 50)은 직원 수 1000명의 기업을 대상으로 200개가 넘는 질문이 담긴 설문을 돌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순위를 선정한다. 순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다음의 4가지 영역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CEO 관여 여부(CEO Commitment)다. CEO가 다양성 관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 경영진 인구통계학적 구성이 다양한지를 이 영역에서 점검한다.

둘째, 조직 내 인적 자산(Human Capital) 영역이다. 신규직원을 뽑을 때 인종, 민족, 성별, 나이, 장애 등에 의한 차별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더불어 현재 직원들이 삶과 일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를 누리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셋째, 조직 내 의사소통(Corporate and Organizational Communications) 여부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 할 채널이 만들어져 있는지 조직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넷째, 공급자 다양성(Supplier Diversity)이다. 조직 내부 다양성과 더불어 공급자 다양성도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장애인, 성적소수자, 여성, 외국인이 운영하는 공급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2009년 Diversity Top 50에서 1위에 오른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과 24위에 오른 펩시코(PepsiCo),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노하우를 살펴보자.

다양성 최고 중의 최고, 존슨앤존슨
존슨앤존슨은 다양성 확보를 기업의 전략적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다양성이 경쟁기업과는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DiversityInc에서 측정한 4가지 영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CEO 윌리엄 웰돈의 다양성에 대한 관여는 매우 높았다. 조직 내 비슷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모여 만든 직원자원모임(Employee-resource group)과 정기적인 모임을 열어 직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경영진 인구통계학적 비율을 보면 흑인이 9%, 아시안 9%, 라틴계 9%다. 또한 여성임원 비율은 27%를 차지하고 상위 10%의 임금을 받는 직원의 47%가 여성이다.

또한 존슨앤존슨은 다양성에 대한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성 대학(Diversity University)이라는 온라인 교육 장을 마련했다. 전 세계 직원이 다양성과 관련된 교육을 들을 수 있다. 넓게는 문화 다양성, 좁게는 각 개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구성원들이 글로벌 및 이문화 이슈에 대한 감수성을 훈련시킨다. 직원들은 교육을 통해 다양성의 개념, 다양성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조직 내 다양한 친화조직이 생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와 리더십을 위한 게이와 레즈비언 공동체’(GLOBAL), ‘아프리카계 미국인 지도자 회의’(AALC), ‘남아시아 전문가 네트워크 및 연합’(SAPNA) 등이 활동 중이다.

공급자의 다양성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전미 소수민족제조자협회(National Minority Manufacturing Institute)에도 가입해 공급자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미국 소수민족에게 사업기회를 주는 50대 기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여성과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유색인과 여성들이여 펩시콜라로 오라!
2006년, 펩시콜라의 역사에 남을 큰 사건이 있었다. 인도 출신 여성 인드라 누이(Indra Krishnamurthy Nooyi)가 CEO로 취임한 것이다. 110년 전통의 미국기업 수장이 된 인드라 누이는 ‘모든 우수한 인재들을 완전히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기업 내 문화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또한 펩시는 유색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촉진 계획을 실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2007년 ‘캐털리스트 어워드(Catalyst Award: 촉진상)'를 수상한 펩시코의 ’유색인 여성(Women of Color, WOC)’과 ’다문화 연계(Multicultural Alliance)’는 전략적인 지원이며 사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다문화 연계’ 프로그램은 유색 여성의 유인, 유지,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유색여성 중간관리자와 상위관리자를 대상으로 한다. 유색인종 여성들에게 직속상사와 차상위 직급의 상사와의 대화 촉진을 통해서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고 승진 기회를 주는 ‘전국 리더십개발 컨퍼런스’를 비롯해 ‘지역 네트워크 이벤트’, ‘강력한 경력 개발 도구와 자원’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유색인종 여성들과 동료, 상사 간 관계에 진정성과 정직성이 스며드는 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일하는 유색인 여성의 요구와 특별한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더 나아가 직장에서의 성 및 인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펩시콜라는 정교한 결연 구조와 리더십을 갖고 있다. 24개 종업원 이익집단과 그 그룹의 이해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층후원자가 있다. 최고경영층후원자는 보통 그들이 대표하는 집단과 인구통계학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으로 뽑는다. 예를 들면 ‘다문화 연계’의 전체 후원자는 백인 여성이고, 백인 남성 그룹은 흑인 남성에 의해 대표된다.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와 성전환자들로 이뤄진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집단은 보통 여성에 의해 후원된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 내 다양성을 수용하고자 하는 펩시콜라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펩시콜라의 파워 패어스(Power Pairs)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은 유색인 여성, 그들의 직속 상사, 그 다음 레벨의 상사들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대화를 촉진하여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참가자들이 서로의 업무스타일, 직업적 관심사, 경력목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진정하고 정직한 관계를 정립하도록 한다. 대화는 반드시 서로의 기대를 전달하고, 차이를 확인하며, 같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협력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상사들과 유색인 여성들 사이의 성별과 인종에서 비롯되는 차이점을 극복해주었다. 참가자들이 상사들과 그들의 경력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 얘기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있게끔 하는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에 참석한 유색인 여성의 이직률은 참가하지 않은 유색인 여성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임원급 관리자, 이사, 부회장 급 유색인 여성이 2002년 4%에서 2006년 6.7%로 증가했다.

여성을 키워주는 골드만삭스
국제 금융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 골드만삭스. 이 회사에는 ‘여성임원급 촉진제도(Senior Women's Initiative)’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상의 고용자, 조언자, 투자 은행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 여러 배경과 성(gender)을 가진 가장 다양한 인재들을 유인하고 유지해야만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삼고 있다. 다양성은 골드만삭스의 문화에 녹아있고 골드만삭스의 사업원칙과 명확하게 연결되어 있다.

골드만삭스는 ‘임원급 여성 촉진제도’를 투자 대비 수익, 인력과 고객의 요구 반영, 이미지와 명성과 일맥상통하는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여긴다. 따라서 여성의 성장에서 잠재적 장애물을 없애고 모집, 승진, 몰입, 유지의 경력성장 과정에서 여성을 지원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여성 관리 이사와 파트너의 수가 크게 늘었다. 전 세계지사에서 여성 파트너 비율은 2001년 7%에서 2006년 14%로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5.8%에서 19%로 그 비중이 껑충 뛰었다.

‘여성임원급 촉진제도’는 ‘임원급 다양성 리더 리뷰(Senior Diversity Leaders Review)’ 기구를 통해 진행된다. 골드만삭스의 리더들은 전 세계의 파트너, 관리 이사급의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승진 기회를 매년 평가한다. 이 평가는 각 부서장과 시니어 리더 위원회(공동 회장 중 한 명, 인적자본관리 책임자, 글로벌 리더십과 다양성 책임자, 골드만삭스의 최고위 여성으로 구성)에 의해 재검토된다. 리더들은 경력개발계획에 참여해 결정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다.

임원급 여성 리뷰는 ‘연차 승계계획’ 세션과 다양한 직위를 대상으로 반 년에 한 번 열리는 리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임원급 여성들을 리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후속 조치다. 승진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피드백, 개발, 리더십 훈련, 코칭, 멘토링 등이 뒤따른다. 이러한 과정들이 핵심 시니어에게 노출된 기회 및 직무 이동의 기회를 늘여주고 업무를 확장시킨다.

다양성을 추구하며 더 나아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들. 한결같이 세계적인 기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우리 기업의 다양성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그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일까? 스스로 물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