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석홍 회장

동선합섬(회장 서석홍)은 국내 최초로 산업자재용 섬유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PP) 고강력사 등을 개발한 한국 PP섬유 산업을 이끌어온 기업이다.

‘섬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단순히 의류에 사용되는 옷감 재료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섬유가 항공, 우주산업의 소재로 쓰이는 등 산업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PP 섬유는 현존하는 의류용 섬유 소재 중 가장 가벼우며 보온 효과와 오염에 강한 특성까지 갖춰 활용도가 전산업에 걸쳐 무궁무진하다.

PP섬유가 이처럼 신성장동력으로 재조명 받기까지는 업계 발전을 위해 힘쓴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필요했다. 서석홍 동선합섬 회장은 국내 PP 섬유업계 최초로 1989년 2천만불 수출탑 수상, 2003년 은탑 산업훈장을 받는 등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재의 성과만 놓고보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에게는 시련이 끊이지 않았다.

시련 딛고 대표기업 ‘우뚝’
서 회장은 시골에서 태어나 농사를 주업으로 할 뻔 했지만 도시로 나와 생업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학업의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 뒤늦게 실업계 고등학교에 편입해 공부에 매달린 그는 영남대의 전신인 청구대학 섬유공학과에 입학하며 섬유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생명력을 일찌감치 터득했던 터라 이후 사회생활은 쉽게 풀리는 듯했다. 졸업 후 서울의 한 섬유업체에서 근무하며 업무에 최선을 다한 결과 공장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 탓에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고, 그의 직장생활은 5년 만에 끝이 났다.

이에 스스로 기업을 일궈보겠다는 일념으로 1973년 동선합섬을 설립했다. 그는 1987년 폴리프로필렌섬유업계 최초의 수출 500만불 탑, 1988년 1천만불 탑에 이어 1989년에는 2천만불 탑과 대통령 표창, 2003년엔 은탑 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면서 회사가 성장할 무렵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1992년 중국과의 수교였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등장한 중국기업들의 공세에 점차 매출이 급감했다.

“자금 압박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은행 돈 무서운 줄 그때 알았습니다. 결국 서울 사옥과 공장들을 석달만에 헐값에 처분하니까 좀 여유가 생기더군요. 일찍 구조조정을 했던 터라 이후 외환위기는 오히려 쉽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동선합섬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서 회장은 회사 발전을 넘어 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국PP섬유공업협동조합은 서 회장의 이사장 취임 전후로 나뉜다. 1999년 이사장에 오른 뒤 만성적인 적자는 물론 내부 반목에 시달리던 조합을 정상화시킨 것이 서 회장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 물량을 회원사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했고 원료 공동구매사업으로 구매력을 키워 회원사들의 부담을 낮췄다. 이후 흑자로 전환된 조합은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며 알짜조합으로 우뚝 섰다.

업계발전·후학양성에도 앞장
고민도 없지는 않다. PP섬유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노동집약적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마저 구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데다가 중국, 동남아의 추격도 거세다. 서 회장은 장기적으로 북한과의 경협 확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단 초기에 입주를 적잖게 고민했지만 리스크 때문에 결정하지 못했죠. 향후 개성공단이 확장되거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PP섬유 제조업체들 상당수는 개성행을 결정할 것입니다.”

그는 후학 양성을 위한 지원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모교인 영남대에 매년 수천만원 이상의 장학금을 보내고 발전기금으로 4억원을 기부했으며, 재경 영남대 총동창회 회장·고령군 명예군수와 향우회 회장을 맡아 지역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고향 주민들도 그의 뜨거운 고향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공적비를 세우기도 했다.

“저의 기업가 정신은 여전히 30대 초반때와 같습니다. 결국 환갑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으로 산업용 원사와 생분해 어망사 등을 개발할 수 있었으며 산업용 원사 분야에서는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에 정부에서부터 지역주민들까지 격려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나눔과 봉사를 통해 보답할 것입니다.”